[한국전통문화대학교] 세계적인 우리 활을 만드는 궁장 - 권오정 명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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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 작성일19-06-13 12:33 조회9,23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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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계적인 우리 활을 만드는 궁장 - 권오정 명인을 만나다
한국의 양궁은 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 메달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전 세계 최고로 꼽힌다. 이러한 성과의 뿌리는 국궁이다. 활을 제작하는 기술부터 쏘는 방법까지 오랜 시간을 거쳐온 활에 관한 연구가 오늘의 성과를 만든 것이다. 궁장은 한국의 전통 활인 '각궁'을 만드는 기술자로 서울무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되었다. 각궁은 우리 민족의 전통 활로 세계에서 제일 탄력이 강하고 사정거리가 길다. 고구려 산상왕 24년, 손권이 오나라를 세우고 왕위에 오를 때 고구려가 각궁을 선물했다는 기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각궁의 제작 기법과 재료가 전수되어 오고 있다. 각궁은 과거에는 수많은 외침에서 나라를 지키는 무기로, 현재는 체력 증진과 심신의 단련을 추구하는 도구로서 우리 문화의 중심에 있다. 현재 서울무형문화재 제 23호 궁장은 '기능보유자 권무석' 명인과 '이수자 권오정' 명인이 대를 이어 활을 제작해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명인면에서는 서울무형문화재 제23호 궁장 이수자 권오정 명인을 만나 우리 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각궁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각궁은 크게 형태와 재료로 정의할 수 있어요. 형태는 1m~1.8m 정도로 짧은 단궁이에요. 예전에는 말을 타면서 쏠 수 있는 약 1m 정도 되는 짧은 활도 있었지만, 지금은 활을 쏘면 약 145m 정도 나가는 일반적인 활 한 종류만 남아서 현대에는 평균 1.25m로 제작해요. 그리고 활의 모습이 휜 것을 보고 서양에서는 'Re-Curve'라고 부른다고 해요. 'Curve'라는 말이 휘었다는 뜻인데, 그걸 한번 더 휘게 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활의 모습이 나오죠. 이런 형태는 주로 인도, 터키 등 아시아에서 찾아볼 수 있고,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재료상으로 보면 우리나라 각궁은 대나무, 뽕나무, 참나무, 자작나무에다가 물소 뿔, 소심줄, 민어 부레 등의 여러가지 재료를 섞어서 만들어 '복합궁'이라고 불러요.
어떻게 서울무형문화재 제23호 궁장 이수자가 되셨나요? 가업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가업을 잇겠다는 사명감보다는 아버지가 보유자이시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아버지 일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이 일을 하게 되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전통을 잇는다는 생각보다는 이 분야 안에서 비전이나 가치가 보여서 이 일을 계속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이 일을 하나의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 활이 단지 전통이기 때문에, 문화재이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일을 하다가 힘든 시기는 분명 있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일이라 쉽게 그만두기 어렵기도 했고, 하다 보니 좋은 기회가 생기기도 하더라구요.
활을 제작하실 때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재료 구하기가 힘들어요. 전통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비슷한 상황일 거라고 생각해요. 상황이 계속 변하거든요.
예를 들어 자작나무 껍질 같은 경우, 예전에는 그저 산에 올라가서 따오면 그만이었는데, 지금은 자작나무가 보호수라서 함부로 건들면 안 돼요. 민어 부레 같은 경우도 옛날에는 민어를 잡으면 민어 부레를 다 버리곤 했는데, 요새 TV에 민어 부레의 효능이 새롭게 알려지면서 지금은 민어 부레를 회로도 먹고 있어요. 옛날에는 버리던 것인데 지금은 구하기가 아주 어려워진거예요. 게다가 활 만드는 데에 민어 부레가 몇십 개는 필요하거든요. 주재료 중 하나인 소심줄도 구하기 힘들어요. 소를 수입할 때 '기계 도축'이라고 해서 소를 기계적으로 분리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소심줄이 끊겨서 재료로 사용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한우를 사용하는 것도 힘들어요. 소 등심을 빼는 순간 A급 한우가 2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값이 하락해요. 도축업자 입장에서는 그 액수를 손해 보고 등심을 그냥 빼서 줄 수가 없으니까 소심줄을 구하려면 온전한 소 하나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현대에서 국궁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국궁의 역사를 짧게 살펴보면 활은 아주 옛날에는 나라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 즉 무기였죠. 반면, 근대 이후 총이 등장하고 활이 전쟁 도구로서 의미가 없어지게 되면서 고급화된 경향이 있었어요. 특히 물소 뿔 같은 주재료가 우리나라에서 나지도 않고 구하기도 힘들어요. 재룟값이 비싸니가 처음에는 고급 관료에 해당하는 분들만 국궁을 즐기다가 플라스틱 활이 나오고 비용이 많이 줄게 되자 일반인들이 유입되기 시작했죠. 이러한 면에서 지금의 국궁은 스포츠로써 활용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양궁이 강한 이유도 국궁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활 제작 기술이 좋으니까 자연스럽게 활 쏘는 기술도 좋아지거든요. 우리나라가 원래 활을 잘 만들고 잘 쏘다 보니까 양궁에서도 최고가 된 거죠, 특히 최근에는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활을 쏘는 법을 배우러 오는 분들이 참 많더라구요. 국궁이 아직 세계화되지는 않았지만, 외국에서 직접 배우러 오시는 분들을 보면서 세계적 추세에 맞는 국궁 콘텐츠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국궁을 세계에 좀 더 알리고 싶어요.
활 제작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아요.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활 제작 외에도 활쏘기 교육 등 외부교육을 많이 하고 있어요. 문화센터에서도 활쏘기를 가르치고 있고요. 약 2년 동안 서울 독일 학교에서 외부 강연을 한 적도 있어요. 또 약 8개월 동안 활터에서 사범 역할을 했어요.
활을 제작하는 것과 쏘는 것 모두 하시는 것 같아요. 활을 쏴 보면서 제작하신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있나요?
좋은 활을 만들려면 활이 잘 나가는지 안 나가는지 알아야 하고, 그 효율을 알려면 직접 쏴봐야 하죠. 활을 선수처럼 잘 쏘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는 쏠 줄 알아야 해요. 아버지께서는 처음에 활 제작과 더불어 활터에서 활 쏘는 법을 가르치시기도 하셨어요. 나중에는 경찰대나 사관학교, 전통문화학교에서 활쏘기를 가르치시면서 활쏘기 교육에 집중하시게 되셨지요. 이때 저도 아버지를 도와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아버지께서 다시 제작 쪽 일에 매진하시게 되어서 한동안은 가르치시는 것을 중단하셨어요. 이후에 다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활쏘기를 가르치시고 싶다고 하셔서 그때부터 제가 네이버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일반인들을 모아 무료로 활 쏘는 법을 가르쳤어요. 그리고 저도 자연스레 활 쏘는 법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면서, 활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되었지요.
활을 만드시는데, 전통과 활용 사이에 많은 고민이 있으신 것 같아요.
항상 고민하는 부분인데, 이것저것 시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답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전통에서 좋은 것들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그 뜻이나 가치가 의미있어도 결국 소비를 할지 말지에 대한 선택은 소비자가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역사나 의미를 담아도 소비자의 니즈가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전통 산업에서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반영해야 한다고 봐요. 결국은 문화재나 전통도 시장의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그 효용 가치가 생기는거지요. 다양한 앱이 나오면서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또 다양해지고 있어요. 이런 트렌드를 읽어 문화재도 시장의 수요에 맞추어서 전 세계인의 니즈를 충족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작년부터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유튜브를 통해서도 주문이 종종 들어오더라구요. 자연스럽게 소통하기 위해 영어공부도 시작했어요. 지금은 제작 과정을 보여주거나 활 쏘는 모습을 직접 공유할 수 있는 영어 사이트를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 활을 홍보하려고 해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면 충분히 잘해낼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것을 왜 하는지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행이라고 단순히 카피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현재 트렌드를 읽는 능력과 자신만의 깊이 있는 철학, 즉 왜 이것을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목표나 자신만의 의미가 있다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전통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고 해서 전통 한 분야만 생각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쌓아보세요. 다른 관점에서 전통을 바라본다면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살아있는 전통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인터뷰 출처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제 119호 학보
홍영현 기자 (lucy9936@nuch.ak.kr) / 강윤진 기자 (yunjinka37@nuch.ac.kr)
https://www.nuch.ac.kr/kr/brd/list.do?mnuBaseId=MNU0000149&topBaseId=MNU0000009&tplSer=15
※ 해당 인터뷰을 발췌, 재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가 명시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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